어반 사피엔스

도시의 이야기들

글, 그림, 음악 - 수욱

1. 귓속의 도시

어반 사피엔스

장님이 걷고 있다,
뚜벅 뚜벅.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지팡이로 길을 살피며
뚝딱 뚝딱
다가오는 사람을
멋지게 뒤로 보낸다.

오른손 손가락 사이
타고 있는 담배도
뚝딱 뚝딱
오른쪽 왼쪽 연기를 날린다.
아무도 지나지 않으면
입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는
뿌옇게 그의 뺨을 스친다.

보도블럭 앞, 차들이 씽씽 지나가고
횡단보도 옆, 길 건너려는 사람들이 움찔거리고,
지팡이는
왼쪽 오른쪽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기다린다.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횡단하고
지팡이가
천천히 길을 연다.
뚝딱 뚝딱.

차 한 대가 멈춘다.
그도 멈춘다...
다시 그가 걷는다.
횡단을 마치자
부르릉, 차가 지나간다...

삼 미터쯤 앞 유모차를 미는 엄마의 목소리.
그는 걸음을 멈추고 기다린다.
조심스레 서로 길을 교차하고
보채는 아이 울음소리.
뚝딱 뚝닥
지팡이 소리가 잠시 파묻힌다.

"고개를 안테나처럼
조용히 돌려본다...
길이 조용해지자
그가 다시 걷는다.
뚝딱 뚝딱 ..."

"어번 사피엔스" - 수욱

길 옆 나무 위에서
누런부리 검은티티가 자리싸움을 하고
세워둔 차들 사이로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뚝딱 뚝딱
지팡이질 사이를
빠르게 달음박질친다.
그가 멈춘다…
고개를 안테나처럼 조용히 돌려본다...
길이 조용해지자
그가 다시 걷는다.
뚝딱 뚝딱,
뚝딱 뚝딱...

그의 가는 길위에
스톱모션 장면들이
대본없이 연출되고
대사 없이 흐르고.
그는 가끔 멈춰 서서
귀로 장면사진을 찍는 듯
쫑긋쫑긋
세상을 그의 귀에 담는다.

찰칵.

모퉁이 길을 돌아
그가 사라진다.
뚝딱 뚝닥 ...

보이지 않는 뒷모습이
아직도 들린다.